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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승강장·에스컬레이터·정류장 추행, 공중밀집장소 요건은 개방성으로 판단

차량 밖 시설의 장소 요건과 조서의 장소 표현

승강장·에스컬레이터·버스 정류장은 대중교통수단은 아니지만, 공중의 이용에 상시 개방된 곳이라면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 시설은 운송 수단 자체가 아니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의 '대중교통수단'에 넣기는 어렵습니다. 직원 전용 구역처럼 일반에 열려 있지 않은 곳은 장소 요건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이런 사건은 대개 현장에서 피해자나 주변 사람이 행위자를 지목하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역 사무실이나 인근 지구대에서 1차 확인을 합니다. 출석 조사를 거쳐 경찰이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송치된 사건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서와 공소장에 장소가 어떻게 적히는지가 이후 법적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하행 에스컬레이터에서 뒤에 선 사람이 앞사람의 몸에 손을 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가정합니다. 첫 기록에 '○○역 에스컬레이터'라고만 적히고 개찰구 안쪽 시설인지 바깥쪽 시설인지가 구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장소 요건을 다툴 때 위치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첫 기록의 장소 표현이 이후 쟁점의 범위를 정하게 됩니다.

대중교통수단과 공중밀집장소의 두 경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처벌 장소를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적고 있습니다. 성범죄 관련 형사 정책과 법령 안내는 법무부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언을 나누어 보면 첫째 유형은 '수단', 곧 버스나 열차 같은 운송 수단 자체입니다. 승강장, 대합실, 에스컬레이터, 정류장은 운송 수단이 아니라 그 수단을 이용하려고 마련된 시설입니다.

그래서 쟁점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갈래는 차량 밖 시설을 '대중교통수단'이라는 문언에 넣을 수 있는지입니다. 형벌 조항은 문언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넘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넓혀 해석하지 않는다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이 경로는 좁게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출입문이 열린 차량 바로 앞처럼 차량과 맞닿은 지점이라도 차량 밖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둘째 갈래는 그 시설이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차량 밖 시설이라면 이 둘째 경로가 주된 검토 대상이 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까닭은 다툼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첫째 경로에서는 시설이 운송 수단과 얼마나 붙어 있는지가 논거가 됩니다. 둘째 경로에서는 시설이 누구에게 어떻게 열려 있었는지가 논거가 됩니다. 공소장이 '역 승강장에서'처럼 장소만 적고 어느 유형을 전제로 하는지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피고인 측은 그 기재가 어느 유형을 전제로 하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전제에 맞는 사실을 준비하게 됩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대법원은 찜질방 수면실 사건에서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이 장소를 사람들이 실제로 빽빽하게 들어차 서로 몸이 닿는 곳으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된 상태에 놓여 있는 곳 일반을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행위 당시 실제로 사람이 밀집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 기준을 이동 공간에 대입하면 '그때 사람이 몇 명이었는가'보다 '그 공간이 어떤 성격으로 개방되어 있었는가'를 먼저 검토하게 됩니다.

이동 공간별로 확인할 사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역 승강장: 승차권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드는 공간입니다. 운영 시간 중 불특정 다수에게 상시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 장소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로 검토됩니다.
  • 개찰구 밖 대합실·환승통로: 승차권이 없어도 통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개방의 폭은 오히려 넓습니다. 다만 출입 제한 구역이었는지, 운영 시간 밖이었는지가 확인 대상이 됩니다.
  • 역 에스컬레이터·계단: 사람들이 앞뒤로 줄지어 이동하는 공중 이용 시설이어서 개방성 자체를 다투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이동 중 흔들림으로 닿은 것인지는 장소가 아니라 고의의 문제로 따로 다투어집니다.
  • 버스 정류장 대기 줄: 도로변의 공개된 장소로서 누구나 이용하는 곳입니다. 표지판만 있는 인도와 지붕·의자를 갖춘 승차 시설은 모두 누구나 이용하는 공개 장소라는 점에서, 판례의 일반 기준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큽니다.
  • 직원 전용 구역·폐쇄된 출구: 일반 이용자에게 열려 있지 않은 공간이므로 '공중의 이용에 상시 제공된 곳'이라는 기준과 거리가 있습니다. 장소 요건이 부정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유형입니다.

위 비교는 대법원이 밝힌 일반 기준을 각 시설에 적용해 정리한 것입니다. 법원은 공소장에 적힌 장소, 그 장소의 관리 상태와 출입 방식, 행위 시각을 함께 살핍니다. 같은 승강장이라도 영업이 끝난 뒤 통제된 상태였다면 판단 재료가 달라집니다.

개방성을 확인하는 자료는 대체로 객관적인 것들입니다. 현장 사진에 찍힌 출입 안내 표시, 출입문이나 차단 시설의 상태, 행위 시각이 운영 시간 안이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 이에 해당합니다. 개방성은 그 공간의 일반적 성격을 묻는 요소이므로, 당사자의 기억보다 이런 자료가 판단에 더 직접 쓰입니다.

장소 요건이 부정될 때 강제추행 검토

장소 요건이 인정되면 사건은 접촉의 내용과 고의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혼잡을 틈탄 은밀한 접촉도 추행으로 평가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동 공간 사건에서는 장소보다 '움직이는 중에 닿은 것인지, 의도한 접촉인지'가 더 큰 다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 요건이 부정되면 절차의 경로가 달라집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기소되었는데 법원이 장소 요건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공소사실로는 유죄가 선고될 수 없습니다. 이때 검사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려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므로,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공소장과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보던 종전 기준을 버리고,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공소장변경 없이 법원이 다른 죄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해칠 수 있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 자체가 추행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에 포함된다고 보며, 이때 유형력의 크고 작음은 묻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소 요건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이 곧바로 끝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론을 가르는 기준은 접촉의 정도가 아니라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접촉이 고의적인 유형력 행사였는지, 곧 이동 중 흔들려 우연히 닿았는지 의도한 것인지입니다. 둘째,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여기에 두 죄의 법정형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현행 조문 기준으로 공중밀집장소추행(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형의 상한이 더 높습니다. 장소 요건을 다투면 더 무거운 죄로 공소장이 변경될 위험이 있으므로, 장소 요건을 다투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장소 요건을 다툴지는 위 두 기준과 이 위험을 함께 놓고, 접촉 경위와 장소 특정 자료를 정리한 뒤에 정합니다.

적용 예시로 두 장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승강장에서 순간적으로 신체 부위를 움켜쥔 행위는 고의적인 유형력 행사이자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어, 장소 요건이 다투어지더라도 기습추행 법리에 따라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정형이 더 무거운 죄로 판단받게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직원 전용 통로에서 이동 중 흔들려 옷 위로 닿은 접촉이라면 쟁점은 고의와 추행 해당성입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추행에 해당하지 않고 장소도 개방 공간이 아니라면, 두 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진행 시 유의점

이동 공간 사건은 장소를 정확히 특정하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조사 전에 다음 사항을 정리해 두면, 장소 요건을 다투든 인정하든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접촉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를 적어 둡니다. 개찰구 안인지 밖인지, 승강장의 어느 승차 위치 앞인지, 에스컬레이터가 상행인지 하행인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 시각을 가능한 한 분 단위로 기억해 두고, 교통카드 사용 기록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살핍니다.
  • 그 공간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었는지,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었는지를 확인합니다.
  • 진술서나 조서에 적힌 장소 표현이 실제 위치와 일치하는지 서명 전에 읽어 봅니다.
  • 피해를 입은 분이라면 장소와 시각을 바로 기록하고, 신고할 때 위치를 구체적으로 알립니다.

신고는 112 또는 경찰청 누리집의 민원·신고 안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소장의 장소 기재는 이후 공소장변경이 가능한 범위에도 영향을 줍니다. 피의자 입장이라면 장소 요건만 떼어 다투지 않고, 접촉 경위와 장소 특정 자료를 함께 정리해 사건 전체의 구조를 검토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도 위치와 시각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수사기관이 공소사실의 경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판단은 수사 기록과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필요하면 형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