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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회사 통근버스·전세 관광버스·통학차량 안에서 생긴 추행도 공중밀집장소추행인가요: 탈 수 있는 사람이 정해진 차량에서 장소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

사건의 출발점

이 글은 회사가 운영하는 통근버스, 단체 여행에 쓰인 전세 관광버스, 학원이나 학교의 통학차량처럼 탈 수 있는 사람이 미리 정해진 차량에서 생긴 신체접촉 문제를 다룹니다. 독자는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이런 차량에서 옆자리 동료나 일행에게 지목되어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출석 요구를 받은 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상황에서 피해를 입고 고소를 검토하는 분입니다. 두 쪽이 공통으로 묻는 것은 "버스 안이었으니 당연히 공중밀집장소추행이 되는가, 아니면 다른 조문이 검토되는가"입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장소 범위 논의는 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 승강장과 정류장, 찜질방이나 대형마트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 글은 반대 방향의 경우를 다룹니다. 겉모습은 버스이지만 이용자가 회사 직원, 여행 참가자, 등록 학생으로 한정된 차량에서 장소 요건이 어떻게 검토되는지를 정리합니다. 이런 유형의 차량을 직접 다룬 확정 판례는 이 글에서 확인해 제시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래 설명은 조문과 대법원이 밝힌 일반 해석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씁니다.

설명을 위해 가상의 상황을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 워크숍 장소로 이동하는 전세 관광버스에서 옆자리 동료가 신체접촉을 문제 삼아 신고했고, 출석 요구 연락에서 죄명이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이때 안내된 죄명은 수사 초기의 잠정적인 판단입니다. 장소 요건과 행위 내용이 검토되는 과정에서 적용 조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검토가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를 따라갑니다.

쟁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조문은 '대중교통수단'이 무엇인지 따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쟁점은 통근버스나 전세버스가 대중교통수단에 해당하는지입니다.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볼 수 있는지가 이어서 검토됩니다.

두 번째 쟁점은 장소 요건이 인정되지 않을 때의 처리입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서는 장소가 구성요건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장소 요건이 빠지면 이 조문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때 수사기관과 법원은 같은 행위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검토합니다. 특히 폭행 자체가 추행이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에 해당하는지가 살펴집니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따라서 장소 요건 다툼이 피의자에게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검토 순서는 세 단계로 정리됩니다. 먼저 차량이 대중교통수단에 해당하는지를 봅니다. 해당하지 않으면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볼 수 있는지를 봅니다. 두 가지가 모두 부정되면 장소와 관계없는 강제추행죄의 요건, 곧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지만 강제추행죄는 이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검토 단계가 바뀌면 당사자가 설명하고 다투어야 할 사실도 함께 바뀝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대법원은 찜질방 수면실 사건에서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실제로 사람이 붐비는 곳에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된 곳 일반을 뜻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행위 당시 사람이 몇 명 있었는지보다 그 장소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지를 중심에 둔 해석입니다. 이 기준을 탈 사람이 정해진 차량에 적용하면, 차 안이 붐볐는지보다 누가 탈 수 있는 차량이었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이 해석을 대입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실제 인원이 적어도 개방된 곳이면 장소 요건이 인정될 수 있다는 논리를 뒤집으면, 차 안이 아무리 붐볐더라도 특정 집단에게만 허용된 공간이라면 개방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그 집단의 범위가 넓어 탑승자 대부분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사실상 불특정 다수와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탑승자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가 함께 살펴집니다.

대중교통수단의 뜻을 따질 때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정의가 참고될 수 있습니다. 이 법률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버스, 도시철도, 철도 등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다른 법률의 정의입니다. 따라서 성폭력처벌법 해석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법원이 조문의 취지에 비추어 참고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차량을 검토할 때 실제로 살펴지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탑승 자격: 요금만 내면 누구나 탈 수 있는지, 아니면 사원증·참가자 명단·등록 여부로 탑승자가 제한되는지를 확인합니다.
  • 운행 형태: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에 따라 반복 운행하는지, 특정 단체와 맺은 계약에 따라 한 번만 운행하는지를 확인합니다.
  • 실제 이용 상황: 명목상 탑승 제한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외부인이 자유롭게 타고 내렸는지를 확인합니다.
  • 밀집도: 개방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보조적으로, 좌석과 통로가 붐벼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는지를 함께 기록합니다.

결과가 갈리는 지점

위 요소를 차량 유형별로 대입하면 검토 방향이 대체로 나뉩니다. 아래 비교는 조문과 일반 해석 기준을 적용해 정리한 것입니다. 각 유형에 대해 법원의 결론이 확정되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시내버스·광역버스·고속버스: 노선과 시간표가 있고 요금을 내면 누구나 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수단으로 보는 데 큰 다툼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 회사 통근버스: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따라 반복 운행하지만 탑승자가 직원으로 제한됩니다. 개방성이 약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탑승 인원이 많고, 직원이라는 범위 안에서 서로 모르는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도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전세 관광버스: 특정 단체가 계약해 일행만 타는 차량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상시 개방된 곳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쪽에 가깝습니다. 이때는 강제추행죄를 검토하는 비중이 커집니다.
  • 학원·학교 통학차량: 이용자가 등록 학생으로 한정되므로 개방성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다른 특별법을 적용할지가 별도로 문제가 됩니다.

같은 유형 안에서도 사실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근버스라도 탑승할 때 신분 확인이 없어 협력업체 직원이나 방문객이 수시로 타 왔다면 개방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탑승할 때마다 명단을 대조해 왔다면 이용자 제한이 뚜렷하다는 사정이 됩니다. 통학차량도 운전자와 동승 보호자 외에 등록 학생만 타는 구조였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버스라는 외형이 아니라 탑승 자격의 범위와 운행 방식입니다. 피의자 쪽에서 장소 요건을 다투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공소사실의 동일성 범위 안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소장을 강제추행죄로 변경할 여지가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고소장에 차량의 운행 형태와 탑승 범위를 정확히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적절한 조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진행 시 유의점

조사 단계에서는 차량의 성격을 보여 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장소 요건 판단의 바탕이 됩니다. 신고와 수사 절차 전반은 경찰청 누리집의 성범죄 신고·상담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다음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차량 운행 주체와 계약 형태: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지, 운송업체에 맡겼는지, 단체가 전세 계약을 맺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 탑승 자격 안내: 사원증 확인, 명단 대조, 예약제 여부처럼 이용자를 제한하는 방식을 보여 주는 공지나 규정입니다.
  • 운행 노선과 시간표, 사건 당일의 탑승 인원과 좌석 배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 차량 안 영상 장치의 유무와 영상을 보관하는 주체에 관한 정보입니다. 보관 기간이 지나면 영상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므로 보존을 요청한 시점을 기록해 둡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조서 열람 단계에서 장소에 관한 기재를 확인합니다. 차량 명칭, 운행 주체, 탑승자 범위가 진술한 내용대로 적혔는지 살피고, 다르게 적혔다면 서명하기 전에 수정이나 추가 기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도 진술 과정에서 차량의 성격에 관해 아는 범위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해 두면 이후 적용 조문 검토에 도움이 됩니다.

장소 요건만 다투는 대응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등록 정보 관리 제도는 법무부가 운영합니다. 죄명이 강제추행죄로 바뀌어도 같은 문제가 따르고 법정형 상한은 오히려 높아집니다. 따라서 장소 요건 다툼이 행위 자체에 대한 다툼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출석 전에는 조서에 차량이 '버스'로만 적히지 않고 운행 형태와 탑승 범위가 구체적으로 기재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