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출발점
이 글은 두 부류의 독자를 위해 썼습니다. 하나는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신체접촉이 문제가 되어 신고를 당하고 경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입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상황에서 피해를 입어 고소를 생각하는 분입니다. 이런 사건의 당사자가 가장 먼저 헷갈리는 것은 어느 죄로 조사를 받는지입니다. 같은 신체접촉이라도 장소와 경위에 따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으로 검토되기도 하고,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으로 검토되기도 합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처벌 범위가 달라집니다. 수사기관이 입증하려는 내용과 피의자가 다투어야 할 지점도 함께 바뀝니다. 그래서 이 글은 강제추행의 일반 개념을 다시 설명하지 않습니다. 붐비는 장소에서 생긴 접촉 사건이 두 조문 가운데 어디로 분류되는지, 그 분류에 따라 쟁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혼잡한 객차 안에서 몸이 밀착된 상태로 접촉이 문제가 되었다면 장소의 성격 때문에 제11조가 먼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붐비는 장소였더라도 상대방의 신체를 움켜쥐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평가되면 제298조의 기습추행으로 검토될 여지가 생깁니다. 장소가 같아도 행위의 모습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미수범은 같은 법 제300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판례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이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붐비는 차량 안이라도 순간적으로 특정 부위를 만진 행위가 기습추행으로 평가되면 제298조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지하철·버스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따로 규정합니다. 이 조문은 장소의 성격을 구성요건으로 삼는 별도 규정입니다. 그래서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보다 그 장소에서 추행이 있었는지가 중심이 됩니다. 두 조문의 문언과 법정형은 사건 시점의 법령을 기준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개정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추행이 요건이며, 기습추행도 포함됩니다. 장소의 제한은 없습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지하철·버스 등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이 요건입니다. 장소의 성격이 적용의 출발점이 됩니다.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업무·고용 등 관계에서 위력에 의한 추행을 다룹니다. 직장·지위 관계가 연결될 때 검토됩니다.
- 아청법 제7조: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 적용이 검토됩니다. 붐비는 장소라도 상대방이 미성년자이면 이 조문이 문제 됩니다.
확인 절차 면에서는 조사 통보를 받은 단계에서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는지를 먼저 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298조로 검토된다면 폭행에 해당하는 유형력이 있었는지가 별도의 다툼 대상이 됩니다. 제11조로 검토된다면 그 장소가 공중 밀집 장소에 해당하는지, 그 안에서 추행이 있었는지가 중심이 됩니다. 검토 조문을 모른 채 진술을 준비하면 정작 다투어야 할 요건을 놓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어느 조문으로 검토되든 법원과 수사기관이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붐비는 차량 안의 접촉은 목격자나 영상이 없는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접촉 사실 자체부터 다투어지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CCTV, 승하차 동선, 서 있던 위치나 좌석 배치, 전후의 대화 같은 객관 자료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접촉이 인정되면 그것이 추행에 해당하는지가 다음 단계입니다. 판례는 추행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접촉으로 보고, 접촉 부위와 경위, 당사자의 관계, 장소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붐비는 장소에서는 흔들림이나 밀착으로 생긴 우연한 접촉인지, 의도적인 기습추행인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직접 증거가 진술뿐인 경우에는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 그리고 진술이 객관 정황과 맞는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붐비는 장소에서는 혼잡도라는 사정이 양쪽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혼잡도는 피의자에게 우연한 접촉이었다고 설명할 근거가 됩니다. 동시에 공중 밀집 장소라는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혼잡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시 손과 몸의 위치, 접촉이 일회적이었는지, 자리를 옮긴 뒤에도 비슷한 접촉이 이어졌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이 함께 정리되어야 판단 요소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결과가 갈리는 지점
붐비는 장소의 사건에서 결과가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접촉의 존재와 위치가 객관 자료로 확인되는지입니다. 둘째는 접촉을 차량의 흔들림이나 혼잡도로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반복성이나 부위로 보아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는 피해자와 피의자 양측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이 영상이나 동선 같은 정황에 더 부합하는지입니다.
근거가 확인되는 예시로 강제추행 변호사신체접촉·추행 상황 페이지에 공개된 사례가 있습니다. 공중밀집장소 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사건에서 변호인의견서를 두 차례 제출해 사실관계와 법리를 주장하고, 무혐의 입증자료와 유사사례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종결되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1심 유죄 뒤 항소심에서 증거분석을 근거로 원심파기 무죄가 선고된 강제추행 사례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해당 사무소가 공개한 개별 사례이며,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위 사례에서 확인되는 공통점은 사실관계 주장과 법리 주장을 나누어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사실관계 측면에서는 접촉이 있었는지와 그 경위를 객관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법리 측면에서는 확인된 사실이 추행이나 해당 조문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집니다. 항소심 사례처럼 1심 판단이 나온 뒤에도 증거를 다시 분석하여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은 경찰의 불송치, 검찰의 혐의없음 불기소나 기소유예, 또는 기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분의 종류와 수사 절차에 관한 공식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종결되는지는 위의 세 지점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진행 시 유의점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첫 진술 전에 접촉의 경위와 전후 상황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추측으로 채운 진술이 나중에 영상이나 동선 자료와 어긋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탑승 역과 하차 역, 대략적인 시각, 이용한 노선과 칸 위치를 적어 둡니다.
- 당시 차량의 혼잡도, 서 있던 자세와 손의 위치, 소지품을 들고 있던 손을 정리합니다.
- 상대방과 주고받은 말이나 상황이 생긴 뒤의 대화를 그대로 기록합니다.
- 교통카드 이용 내역처럼 동선을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 확실히 기억하는 사실과 추측에 해당하는 부분을 따로 구분해 표시합니다.
조사 당일에는 정리해 둔 내용과 다른 답변을 즉석에서 덧붙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질문을 받고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편이 이후 신빙성 판단에서 더 안전합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기재된 내용이 실제 진술과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이라면 고소 전에 증거를 보전하고 진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 시각과 장소, 노선과 칸 위치를 바로 기록해 두어야 CCTV 확인 요청이 가능해집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고소 전 증거 보전과 진술 준비, 조사 동행과 보호 절차까지 대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용 조문은 사건 시점의 법령, 당사자의 신분, 상대방의 연령,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붐비는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한 조문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 전에 자신의 사건이 어느 조문으로 검토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다툴 지점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