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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성적인 의도는 없었고 장난이었다"는 해명으로 강제추행의 고의가 부정되나요: 동기와 고의를 나누어 보는 법원의 판단 방식

사건의 출발점

이 글은 두 독자를 위해 썼습니다. 한 사람은 회식 자리나 사무실, 운동 지도, 친목 모임에서 상대방의 허리·엉덩이·허벅지를 만지거나 끌어안은 일로 강제추행 신고를 당한 피의자입니다. 이 사람은 조사에서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고 장난이나 격려였다"고 설명하려고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그런 해명을 들은 피해자입니다. 상대방이 성적인 마음은 없었다고 하는데 고소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질문은 결국 같습니다. 행위자에게 성적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추행의 고의도 없다고 보느냐는 것입니다. 이미 나온 글들이 고의의 일반 개념과 종합 판단 원칙을 설명했다면, 이 글은 '왜 그렇게 했는가'라는 동기와 '무엇을 알고 했는가'라는 고의를 나누어 봅니다. 그리고 그 구분이 조사와 재판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판례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데 성욕을 자극하거나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그 자체만으로는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쟁점

형법상 고의는 범죄사실을 인식하고 그 실현을 의욕하거나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강제추행에서 인식해야 할 대상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자신이 상대방의 신체에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질이라는 사실입니다. 셋째,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친근감 표시였는지, 장난이었는지, 훈계였는지, 성적 만족이었는지는 행위의 이유에 해당하므로 동기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판례가 추행을 정의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 정의는 행위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또한 판례는 피해자가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에 따라 추행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쟁점은 "성적 의도가 있었는가"에서 다른 질문으로 옮겨갑니다. 접촉한 부위와 방식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행위자가 그 성질과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알았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을 알면서도 행위를 이어갔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결과가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미필적 고의도 형법상 고의에 포함됩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고의는 사람의 내심에 관한 것이므로 행위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주변 사실을 쌓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판례가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제시하는 요소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입니다. 이 요소들은 행위자가 무엇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추단하는 데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아래 목록은 각 요소에서 '장난이었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지는 방향과 고의 부정 주장이 힘을 얻는 방향을 비교한 것입니다. 실제 판단은 사건마다 다르므로 일반적인 경향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접촉 부위: 어깨·팔·등처럼 일상적인 접촉이 흔한 부위인지, 가슴·엉덩이·허벅지 안쪽·성기 주변처럼 성적 의미가 뚜렷한 부위인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뒤의 경우일수록 그 성질을 몰랐다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 접촉 방식과 시간: 한 번 스치고 끝났는지, 손을 머무르거나 쓰다듬거나 옷 안으로 넣었는지가 구분됩니다. 반복되고 길어질수록 우연이라는 설명과 맞지 않게 됩니다.
  • 상대방의 반응 이후의 행동: 상대방이 몸을 빼거나 손을 치우거나 싫다고 말한 뒤에도 접촉을 계속했다면,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알았다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응을 보고 곧바로 멈췄다는 사정은 그 반대 방향의 자료가 됩니다.
  • 관계와 업무상 필요: 운동 지도나 의료·돌봄처럼 신체 접촉이 필요한 관계인지, 그렇다면 그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가 검토됩니다. 필요한 범위 안의 접촉이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설명되면 고의 부정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 전후 언행: 접촉 전후의 성적인 발언, 외모 평가, 사후 메시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장난이었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메시지는 사과의 뜻과 별개로 의식적으로 만진 사실과 상대방의 불쾌감을 알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자료로 읽힐 수 있습니다.
  • 장소와 주위 상황: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자리를 옮긴 뒤였는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인지가 정황 판단에 반영됩니다.

이 요소들은 점수를 매겨 더하는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행위 당시 행위자가 무엇을 알았는지를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요소가 유리하더라도 다른 요소들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과가 갈리는 지점

고의가 부정되는 방향으로 판단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동기가 아니라 '인식이 없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될 때입니다. 붐비는 공간에서 몸이 밀리거나 넘어지는 과정에서 손이 닿은 경우가 있습니다. 접촉 직후 곧바로 손을 떼고 사과한 정황이 영상이나 목격 진술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도나 업무에 필요한 동작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점이 설명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핵심 주장은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가 아니라 "그 부위에 닿는 줄 몰랐다" 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입니다.

반대로 "장난이었다"는 해명이 오히려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난이었다는 말은 그 접촉을 스스로 의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접촉 부위와 방식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면, 남은 장난이나 격려라는 동기 주장은 성립 여부가 아니라 형을 정할 때 고려할 사정 정도로 다뤄질 여지가 커집니다. 그 사정이 실제로 참작되는지도 사건마다 다릅니다. 또한 판례는 폭행 행위 자체가 곧 추행 행위로 평가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에서 유형력의 크기를 따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순간적인 접촉 사건에서는 힘의 정도보다 접촉에 대한 인식 여부가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보면, 상대방이 성적 의도를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단념할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접촉 부위, 거부 의사를 표시한 시점과 방식, 그 이후 상대방의 행동이 고의 판단의 중심 자료가 됩니다. 다만 접촉이 우발적이었다는 객관적 정황이 뚜렷하다면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됩니다.

진행 시 유의점

고의 판단이 이처럼 사실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조사를 앞둔 당사자는 마음에 대한 해명보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아래 준비 목록은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가 점검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입니다.

  • 접촉 경위의 시간 순서: 어느 손으로, 어느 부위에, 얼마 동안, 어떤 자세에서 접촉했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 둡니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은 추측으로 채우지 않고 불분명하다고 표시하는 것이 진술의 일관성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 상대방의 반응을 알게 된 시점: 거부 의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시되었는지, 그 뒤에 어떤 행동이 이어졌는지를 구분해 정리합니다. 고의 판단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시점입니다.
  • 사후 메시지와 통화 기록: 사과 메시지, 해명 메시지, 단체 대화방 기록은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삭제하거나 일부만 남기면 경위를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 현장 자료와 목격자: 장소의 영상 보관 여부와 동석자의 연락처를 확인해 둡니다. 영상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으므로 확인은 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업무상 필요의 근거: 지도나 업무 과정의 접촉이었다고 주장한다면, 통상의 지도 방식이나 업무 절차를 보여 주는 자료를 준비합니다.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사실을 근거로 고의를 인정하거나 부정했는지 직접 확인하려면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판례와 판결서 공개 자료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검색할 때는 죄명보다 '장난', '격려', '우연한 접촉'처럼 피고인이 주장한 동기나 경위를 함께 넣으면 쟁점이 비슷한 사례를 찾기 쉽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처리 현황과 수사 관련 안내는 대검찰청이 공개하는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추행의 고의를 판단하는 방식을 설명한 일반 정보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증거 상태와 진술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로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면 자신의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