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뿐입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거나 만남에 응했더라도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은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결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스토킹행위자)뿐이며, 피해자는 결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고의와 접근 경위는 다툼이 될 수 있으므로, 연락한 이유와 범위를 시간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이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결정을 내린 뒤에도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연락하는 일이 생깁니다. 자녀 일정, 남은 짐, 금전 정리 때문에 연락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다시 집 앞에 나타나거나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 피해자가 신고합니다. 상대방은 조사에서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습니다", "만나자고 해서 나갔을 뿐입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때 피해자는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자신이 오히려 결정을 어긴 것으로 취급될까 걱정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결정이 실제로 무엇을 금지하는지입니다. 잠정조치 결정은 금지 대상이 피해자 본인인지, 동거인·가족까지 포함하는지, 주거 외에 직장 같은 장소가 함께 적혀 있는지에 따라 범위가 달라집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가 함께 내려졌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이 항목이 결정에 들어 있지 않다면 잠정조치 위반이 아니라, 그 행위가 새로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따지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행위가 반복되었는지,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등 스토킹범죄의 요건을 기준으로 다시 판단합니다.
피해자 동의가 위반을 없애지 못하는 이유
잠정조치는 당사자 사이의 약속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입니다. 결정의 취소나 변경은 법률이 정한 절차로만 이루어지므로, 피해자 한 사람의 동의로 결정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잠정조치의 종류로 서면 경고, 피해자나 그 동거인·가족 또는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같은 법 제20조에 따라 징역 또는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2023년 개정으로 긴급응급조치 위반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바뀌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 규정은 삭제되었습니다. 현행 조문과 제20조의 법정형, 시행 시점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스토킹처벌법을 검색해 사건 당시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의 쟁점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결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입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행위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결정을 위반한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피해자의 동의나 먼저 한 연락이 상대방의 위반죄 성립을 막는지입니다. 상대방은 대개 이 부분을 근거로 고의가 없었다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다툽니다.
두 쟁점을 나누어 보는 이유는 위반죄의 구조에 있습니다. 잠정조치 위반죄는 결정이 존재하고, 행위자가 그 결정을 알면서 금지된 접근이나 연락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검토됩니다.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이 구조의 성립 요건에 포함되지 않으며, 행위자가 내세우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로 다루어집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먼저 연락했다는 이유로 신고를 포기하기보다, 상대방의 행위가 결정의 금지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먼저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잠정조치는 법원 결정이므로, 같은 법 제11조가 정한 취소·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결정 기간 동안 효력이 유지됩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한 사건에서도 이 구조는 같고, 다툼은 주로 상대방에게 위반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모입니다. 위반의 고의를 다툴 때 함께 살펴보게 되는 사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결정의 고지: 행위자가 결정의 내용과 기간을 고지받아 알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 접근의 경위: 누가 장소와 시간을 정했는지, 행위자가 피해자의 위치를 알고 이동했는지를 따집니다.
- 머문 시간과 이탈 여부: 우연히 마주쳤다는 주장에는 피해자를 알아본 즉시 자리를 벗어났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연락의 내용과 횟수: 피해자의 연락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답했는지, 그것을 계기로 연락이나 방문을 이어 갔는지를 비교합니다.
- 결정의 기간: 행위 시점이 결정 기간 안인지, 연장 결정이 내려져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은 이 요소들을 객관 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정 고지 여부는 송달이나 통지 기록으로, 접근 경위는 통화·메시지 기록과 이동 동선으로, 이탈 여부는 주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보다 이런 자료가 함께 있을 때 판단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행위자가 결정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면 고지 시점과 방법이 쟁점이 됩니다.
결과가 갈리는 지점
같은 "피해자가 먼저 연락했습니다"라는 주장이라도 사실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는 위 판단 요소가 작용하는 유형별 예시입니다.
- 피해자가 짐 반환 문제로 한 번 연락했고, 상대방이 이를 계기로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집 앞에 찾아온 경우: 피해자의 연락 범위를 넘는 행위이므로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직장이나 생활 동선이 겹쳐 100미터 안에서 마주쳤고, 상대방이 알아본 즉시 벗어난 경우: 고의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으며, 영상이나 위치 기록으로 이탈 시점이 확인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 피해자가 만나자고 제안해 만남이 이루어진 경우: 피해자의 제안이 있었더라도 결정은 유효하므로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제안 경위는 사건 사정의 하나로 함께 검토될 수 있으나 결론은 사건마다 다릅니다.
- 결정 기간이 끝난 뒤 접근한 경우: 잠정조치 위반이 아니라 새로운 스토킹행위 여부가 문제 됩니다.
전기통신 접근금지에서는 답신의 범위가 특히 자주 다투어집니다. 피해자의 질문에 짧게 사실만 답한 것인지, 답신을 계기로 감정적 호소나 만남 요구를 덧붙였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 지인을 통해 말을 전한 경우에는 전달 방법에 따라 전기통신 접근금지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고, 제3자를 통한 접근이 새로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전달 경로와 내용을 함께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상대방이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 일부만 골라 제출하면 피해자 진술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연락한 사실을 숨기기보다 언제, 왜, 어떤 범위에서 연락했는지를 처음부터 설명하면 신빙성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결정 기간에 연락이 필요할 때와 위반 시 대응
결정 기간에 꼭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직접 연락하지 않고 대리인(사건을 맡은 변호인 등)이나 담당 수사기관을 거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법 제11조는 행위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법원에 잠정조치의 취소나 종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또 검사가 직권으로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 기간 연장, 종류 변경,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구조는 아니므로, 사정이 바뀌었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그 사정을 알리고 기록에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위반이 일어나면 즉시 112에 신고합니다. 스토킹 피해 신고와 관련한 문의는 경찰청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위반 사실은 재발 우려를 보여 주는 사정으로 다루어져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같은 더 강한 잠정조치를 검토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신고 전후로 다음 자료를 정리해 두면 진술이 수월해집니다.
- 잠정조치 결정의 내용과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나 통지 내역입니다.
- 피해자가 먼저 보낸 연락과 상대방 답신 전체를 날짜순으로 정리한 화면 캡처와 원본 기기입니다.
- 연락한 이유를 보여 주는 자료로, 자녀 일정이나 짐 목록 등이 해당됩니다.
- 접근 장소와 시간을 보여 주는 영상, 출입 기록, 목격자 연락처입니다.
- 이후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메시지가 있다면 그 기록입니다.
신고한 뒤에는 연락 창구를 수사기관이나 대리인으로 한곳에 모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 후에도 피해자와 행위자 사이에 직접 연락이 오가면 행위자는 이를 다시 동의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고, 수사기관이 재발 우려를 판단할 때도 사실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한 번 짧게 밝혀 두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필요한 사항은 담당 수사관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처럼 쓸 수 있고, 그 뒤에 오는 연락에는 답하지 않고 기록만 남겨 두면 됩니다.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결정문에서 금지 대상·장소·전기통신 금지 여부와 기간을 확인합니다. 먼저 보낸 연락을 포함한 기록 전체를 날짜순으로 보존합니다. 상대방이 결정을 어기면 바로 112에 신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