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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만원 지하철에서 처음엔 우연히 닿았는데 그대로 있었다면, 공중밀집장소추행의 고의는 어느 시점부터 문제가 됩니까

사건의 출발점

이 글은 두 부류의 독자를 위해 썼습니다. 첫째는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 승객과 몸이 닿은 상태가 이어졌고, 내린 뒤 "계속 몸을 붙이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둔 분입니다. 둘째는 같은 상황에서 처음에는 혼잡 탓이라 여겨 참았지만 접촉이 계속되자 신고를 고민하는 분입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첫 접촉이 혼잡 때문에 생겼다는 점을 양쪽이 대체로 다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툼은 그 뒤 몇십 초에서 몇 정거장 사이에 일어난 일을 두고 생깁니다.

이 매체는 앞서 공중밀집장소추행에서 고의를 판단하는 일반 기준을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그 기준을 되풀이하지 않고 질문 하나에 집중합니다. "처음 닿은 것은 우연이었는데, 닿은 줄 알고도 그대로 있었거나 자세를 바꾸었다면 어느 시점부터 고의가 문제되는가"입니다. 이를 위해 한 번의 승차 구간을 시간 순서로 나누어 보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장소의 범위, 미수 처벌 여부, 합의의 효력, CCTV 확보 방법은 다른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제외합니다.

이런 사건은 대개 하차 직후의 지목이나 이후의 신고로 시작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양쪽 진술과 현장 자료가 모이고, 기소되면 재판에서 고의 여부를 다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고의도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유죄가 됩니다. 피의자가 우연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원칙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절차에서는 피의자의 설명이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정황 평가에 영향을 주므로, 구간별 사정을 정리해 두는 일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쟁점

적용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입니다. 이 조문은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조문 원문과 개정 이력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조문에는 과실로 인한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형법 제13조가 정한 일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처벌됩니다. 혼잡 속에서 의도 없이 생긴 접촉은 그 자체만으로 이 죄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고의를 접촉이 시작된 순간에만 따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의는 행위 당시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몸이 닿은 상태가 길게 이어졌다면,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따로 보아야 합니다. 처음 닿은 순간에 고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 뒤의 접촉 전부를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접촉 시간이 길었다는 사실만으로 고의가 곧바로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또한 형법의 일반 해석상 고의에는 확정적인 의도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포함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접촉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를 받아들인 경우를 말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만지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주장과 "닿은 줄 몰랐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무게가 다릅니다.

이 쟁점을 실제 사건에 적용하면 질문이 바뀝니다. "처음에 일부러 닿았는가"가 아니라 "접촉을 알게 된 뒤의 행동이 추행으로 평가될 만한가"를 묻게 됩니다.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인지 이후의 행동이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 그 행동을 할 때 행위자가 그런 성격을 알고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고의는 마음속 사정입니다. 피의자가 부인하면 법원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과 정황을 모아 판단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과 연령, 당사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종합해 신중히 결정한다는 것도 판례의 기준입니다. 이 요소들을 한 번의 승차 구간에 시간 순서로 놓으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1단계 최초 접촉: 차량의 흔들림, 정차·출발 직후, 승하차 인파처럼 외부 요인과 시점이 겹치는지를 봅니다. 이 단계에서만 접촉이 있었다면 우연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넓습니다.
  • 2단계 접촉을 알게 된 이후: 자세를 바꿀 공간이 있었는지, 닿은 부위가 손바닥 쪽인지 손등·팔꿈치·가방인지, 손이 손잡이나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 3단계 접촉의 변화: 닿는 부위가 옮겨갔는지, 손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누르는 힘이 커졌는지, 같은 동작이 되풀이되었는지를 봅니다.
  • 4단계 상대방의 반응 이후: 피해자가 몸을 돌리거나 자리를 옮기거나 항의한 뒤에도 따라가거나 다시 밀착했는지를 봅니다.

이 네 단계는 특정 판결이 정한 공식 기준이 아닙니다. 판례가 말하는 경위, 행위 태양, 주위 상황이라는 요소를 시간 순서로 배열해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단계마다 따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전체 정황을 종합합니다. 다만 당사자가 사건을 이 순서로 정리해 두면 어느 구간에서 사실관계가 엇갈리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도 이 순서를 따르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영상이 남아 있다면 각 단계에 해당하는 장면이 실제로 있는지, 혼잡이 줄어든 시점과 자세가 바뀐 시점이 어떻게 겹치는지를 대조합니다. 영상이 없거나 각도가 맞지 않으면 양쪽 진술이 단계마다 얼마나 구체적인지, 서로 일치하는 부분과 엇갈리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나누어 봅니다. 일치하는 부분은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되고, 엇갈리는 부분이 실질적인 쟁점으로 남게 됩니다.

결과가 갈리는 지점

우연한 접촉으로 볼 만한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열차 안 혼잡이 끝까지 풀리지 않아 자세를 바꿀 공간이 없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닿은 부위가 팔, 어깨, 등처럼 혼잡한 차내에서 흔히 닿는 곳이었다는 사정도 있습니다. 양손이 손잡이나 소지품을 쥐고 있었다는 점, 상대가 몸을 피하자 접촉이 바로 끝났다는 점도 같은 방향의 정황이 됩니다. 이런 사정이 영상이나 다른 승객의 진술로 뒷받침되면 우연이라는 설명은 더 구체적이 됩니다.

고의로 평가되는 방향의 사정은 주로 2단계 이후에 나타납니다. 다음 역에서 승객이 내려 공간이 생긴 뒤에도 같은 자세를 유지한 경우가 있습니다. 손등이 닿아 있다가 손바닥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경우, 접촉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로 옮겨간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피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였거나, 빈 공간을 두고 같은 승객 옆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도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다루어집니다. 결국 결과는 처음 닿았는지보다, 접촉을 알게 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상황 두 가지를 나란히 놓습니다. 이 예시는 실제 판결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첫째 상황에서는 혼잡이 하차할 때까지 이어졌고, 가방을 든 손의 손등이 상대의 허리 쪽에 닿아 있었으며, 상대가 몸을 돌리자 접촉이 끝났습니다. 둘째 상황에서는 첫 접촉은 같았지만 중간 역에서 주변 승객이 내려 공간이 생겼는데도 자세가 유지되었고, 손의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첫째 상황은 우연한 접촉이라는 설명과 맞는 정황이 많은 편입니다. 둘째 상황은 인지 이후의 변화가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검토될 여지가 커집니다.

진술의 일관성도 결과를 가릅니다. "닿은 줄 몰랐다"와 "닿은 줄은 알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는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처음에 몰랐다고 진술했다가 영상으로 접촉이 길게 이어진 것이 확인된 뒤 움직일 수 없었다고 바꾸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처음에 혼잡 탓이라 여겨 바로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즉시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례 흐름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시점부터, 왜 우연이 아니라고 느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진행 시 유의점

조사 전에는 승차 구간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래 목록은 혐의를 받는 분과 피해를 입은 분이 각각 정리해 둘 항목입니다.

  • 혐의를 받는 분: 탑승역과 하차역, 시간대, 서 있던 위치와 방향을 적습니다.
  • 혐의를 받는 분: 양손에 무엇을 들고 있었는지, 혼잡이 언제 줄었는지, 상대가 피한 시점과 그 뒤 자신의 움직임을 적습니다.
  • 혐의를 받는 분: 접촉을 알게 된 시점이 있었는지, 그때 자세를 바꾸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사실대로 구분해 둡니다.
  • 피해를 입은 분: 처음 닿은 시점과 그때 우연이라고 판단한 이유를 적습니다.
  • 피해를 입은 분: 우연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 변화가 부위의 이동인지, 압박인지, 따라오는 움직임인지를 적고, 피한 뒤 상대가 어떻게 했는지를 적습니다.

이 정리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추측과 확실히 기억하는 부분을 나누어 적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비워 두는 편이 이후 진술의 일관성을 지키는 데 유리합니다. 형사절차의 일반적인 흐름과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에 관한 안내는 법무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술할 때에도 확실한 부분과 추정한 부분을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정거장을 지났는지, 접촉이 얼마나 이어졌는지처럼 시간에 관한 내용은 기억이 부정확해지기 쉬우므로, 확신이 없으면 그 사정을 그대로 밝히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영상이나 다른 자료로 확인될 수 있는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했다가 어긋나면, 그 부분뿐 아니라 다른 진술의 신빙성까지 함께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판례가 제시해 온 일반적인 판단 방식을 정리한 정보입니다. 같은 시간 순서 정리라도 영상의 유무, 차내 혼잡도, 진술 내용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의 법적 평가와 진술 방향은 기록을 직접 검토한 변호사와 상담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